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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수천억 매출 중견기업 오너, 교도소에 간 사연?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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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수천억 매출 중견기업 오너, 교도소에 간 사연?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마음이 무겁다."

조붕구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장(코막중공업 대표)은 최근 "밀양교도소에 면회를 다녀오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일성 창업주인 장세일 회장을 면회했다. 조 회장이 평소 회사경영의 '롤모델'로 삼았던 인물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고령의 장 회장은 왜 교도소에 수감됐을까. 사연은 이렇다. ㈜일성은 한때 임직원 470여명에 연매출이 3000억원에 달하는 석유화학플랜트분야 수출주도형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7년 환헤지를 위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일성은 키코에 가입한 후 예상과 달리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2년여 동안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그 여파로 대외신인도도 크게 하락하면서 해외 수주도 차질을 빚었다. ㈜일성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내의 저가 발주 공사를 수행했지만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결국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장 회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사기혐의로 피소된 후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장 회장과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A사는 한때 국내 전자부품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키코에 가입한 후 1500억원 가량 손실을 본 후 회사는 문을 닫았다. 이 회사의 창업주 역시 같은 혐의로 현재 구속수감 중이다.

금융상품 하나에 잘못 가입해 하루아침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멀쩡한 회사는 망가지고, 근면한 기업인이 구속되는 비극적인 사태들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 기업회생을 위한 시스템이 부족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창업주의 경험과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생절차 등으로 인해 금융지원이 '올스톱'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럴 경우 창업주는 통상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사기혐의 등으로 피소된다. 기업회생을 위해 최전방에서 뛰어야 할 사람의 손과 발이 묶이면서 기업회생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 창업한 법인이 2만3400개를 웃돌았다. 올해 신설법인이 사상 처음 9만5000개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최근 창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창업에 있어 일종의 '보증' 역할을 하는 기업회생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여전히 창업 실패는 곧 신용불량자, 심지어 감옥행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창업 실패 후 재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결여된 상태에서 창업생태계가 선순환구조를 이루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몇 년 전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를 만든 조 회장은 말한다. "기업회생과 재창업 등 재도전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현돼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