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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키코' 재조사 막바지…'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 우려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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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권화순 기자] [은행에 피해 일부 보상 권고할 듯 …은행, 대법 판결·시효 경과 등으로 반발 예상]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키코(KIKO)' 피해 기업에 대해 은행이 일부 피해를 보상하라는 권고를 1분기(1월~3월) 안에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은행들이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피해보상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가 벌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키코 피해 기업이 은행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효는 10년 이내인데 시효를 계산하는 시점을 계약일로 할지, 마지막 정산일로 할 지에 따라 시효완성 여부가 달라진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지시로 시작된 '키코(KIKO)' 피해기업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금감원은 늦어도 1분기 안에는 분쟁조정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키코 피해기업 4곳으로부터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최근 기업과 은행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4개 기업은 그동안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 피해구제 절차에 나서지 않았던 곳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료 보존 기한이 지났고 당시 관련 직원들이 퇴사한 경우도 많아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출받은 자료들의 분석이 막바지 단계다"고 말했다.

키코는 환율이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 내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중소 수출기업들이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 상한선을 벗어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기업들은 은행들이 제한된 기대이익을 대가로 무제한의 위험에 처하게 하는 사기 상품을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13년 '사기상품이 아니다'며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판결로 일단락됐지만 '키코=사기'라는 소신을 갖고 있던 윤석헌 원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하면서 재조사가 시작됐다. 앞서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아 금융당국에 키코 재조사를 권고하기도 했었다.

환헤지옵션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손해를 본 중소기업들과 은행권이 상품의 정당성을 놓고 벌인 대규모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은행권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거리에서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0년10월29일 자료 사진r>

금감원은 앞으로 법률 검토 등을 거쳐 분쟁 조정안을 마련하게 된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은행들에게 피해기업에게 일부 보상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이 키코 상품 자체의 사기성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금감원은 불완전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이 법원 판례를 거스를 수는 없어 은행이 충분히 위험성을 설명했는지 등 판매과정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도 키코 소송에서 은행의 잘못을 피해액의 최대 35%까지 인정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기업당 피해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만큼 보상 금액이 만만치 않을 뿐아니라 비슷한 피해를 입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보상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무엇보다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고 은행들은 판단하고 있다. 키코는 민법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시효인 10년이 경과해 은행으로선 "보상의무가 없는데 보상하면 배임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은 '시효'에 대한 검토를 벌이고 있다. 기업과 은행이 키코 계약을 맺은 시기는 대부분이 2007년~2008년으로 10년이 지났지만 계약에 대한 손익정산은 월별로 하도록 돼 있어 시효가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게 아니냐는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효에 대한 법률 검토를 받아볼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조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코 계약의 소멸시효를 두고 금감원과 은행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자칫하면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 계약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결국 보험사들은 전액 지급한 바 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